흑과 백은 섞일 수 있을까?
영화 ‘그린북’은 미국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입니다. 당시에는 인종차별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그린북이란 일종의 유색인종들의 여행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각 지역마다 흑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숙소들을 소개하는 책자입니다. 이런 게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토니 발레롱가는 한마디로 허풍쟁이였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그 역시 흑인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허풍쟁이였지만 성실한 가장이었습니다. 클럽에서 웨이터를 하다가 주인공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의 운전기사로 취업합니다. 그는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돈 셜리와 함께 하며 친구가 되어갑니다. 돈 셜리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입니다. 흑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가로 성장합니다. 그는 토니를 자신의 운전기사로 고용하고 8주 동안 함께 남부 연주회 투어를 떠납니다.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이 영화는 2018년 개봉했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실제 벌어졌을 법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지요. 흑인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는 미국 남부에 투어 연주회를 기획합니다. 급히 운전사가 필요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가 고용됩니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흑인 피아니스트와 일한다는 것이 찝찝하고 고민이 됩니다.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8주간 함께 투어 연주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먹고 자고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흑인은 백인에게, 백인은 흑인에게 서로의 피부색을 떠나서 각자의 삶에서 느꼈을 어려움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다 큰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셜리는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흑인의 한계를 벗어나 백악관에 초청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무대에서만 빛났습니다. 공연이 끝난 일상 속 셜리는 그저 차별당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부 연주회 투어를 진행하면서 어느 호텔 지배인은 그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 못하게 합니다. 다른 호텔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가다가 거부당하거나 옷을 사기 위해 들어간 양복점에서도 그의 입장을 거부합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토니의 마음이 아픕니다. 흑인을 향한 그의 감정 변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어느샌가 차별당하는 셜리를 대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그를 대신하여 싸워줍니다. 하지만 셜리는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아 보입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화를 내고 싸워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씁쓸한 현실이었습니다. 오히려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공부한 것 같았습니다. 초연한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토니는 이러한 셜리의 삶을 대신 경험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저 피부색만 다를 뿐 똑같은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그린북은 이처럼 두 사람이 외형적인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인간적으로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아마 셜리는 흑인을 대표하고 토니는 백인을 대표하는 것이겠죠. 영화가 참 따뜻합니다. 보고 나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조금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날 선 시선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했습니다.
평론가와 관객의 찬사
누구라도 ‘그린북’을 본다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인 메시지와 함께 객관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은 것이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영화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각본상과 조연상 등 여러 부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영화 ‘그린북’을 추천합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