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드 달과 웨스 앤더슨이 그려낸 어른을 위한 동화
아주 괴상하고 매력적인 영화를 만났습니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로얄드 달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마니아 층이 두터운 웨스 앤더스 감독이 원작 소설을 각색해서 제작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부족함 없이 자란 한 남자가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방법을 연마해 포커 카드의 뒷면을 투시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그는 원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모든 도박장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헨리 슈거(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일대기는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에 의해 소설로 기록됩니다. 영화는 그 소설가가 자신의 집에서 글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
헨리 슈거는 부유하게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에 만족하지 않았고 더 많은 걸 갖고 싶었습니다. 추후 부인과 재산을 나눠 가질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결혼도 하지 않습니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그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태생부터 부자인 사람이었죠. 헨리 슈거가 더 많은 부를 이룬 결정적인 계기는 지인인 W. 경의 집에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는 헨리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헨리는 그의 집에서 서재에 방문했고 윌리엄 부친의 책들을 구경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던 그였지만 두께가 얇은 어떤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푸른색 표지가 궁금해진 그는 책을 펼칩니다. 그 책은 <임다드 칸에 대한 보고>라는 책으로 '눈 없이도 볼 수 있는 자 Z.Z. 차터지'의 생애를 기록한 책이었습니다. 책이 펼치면서부터는 ‘Z.Z. 차터지’라는 캘커타 병원 외과 과장의 내레이션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그의 병원에 두 눈을 가려도 앞을 볼 수 있는 기이한 사람이 등장하고 차터지는 그의 신비한 능력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합니다. 그 기록이 헨리가 읽은 책이었던 것입니다. 헨리는 자신도 그런 비범한 능력을 갖기 위해 책에 적힌 대로 따라 하면서 수련을 이어갑니다. 마침내 그는 3년이 넘는 수행 시간을 거쳐 비로소 투시 능력을 갖게 됐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공허했습니다. 더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전혀 신나지 않고 외려 슬퍼집니다. 스릴도, 위험부담도 없는 인생이 시시해집니다. 어느 날 아침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돈다발을 창밖에 뿌립니다. 사람들은 그 돈을 줍기 위해 모여들었고 큰 소란이 일어나자 경찰이 찾아와 그에게 항의합니다. 그럴 돈이 있다면 고아원에 기부나 하라며 그에게 어리석다고 화를 냅니다. 헨리는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카지노에서 딴 돈으로 고아원을 짓게 됩니다. 비범한 능력을 수련하기 전과 후 3년 여의 시간 동안 헨리의 인생관이 완벽하게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헨리 슈거는 63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많은 돈을 가졌지만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생은 얻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한 편의 동화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연극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는 마법을 일으키는 영화입니다.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일단 영화의 색감이 따뜻합니다. 원색 계열에 흰색을 살짝 섞은 느낌의 따뜻하고 장난감 같은 집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기대감을 고조시킵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게 만듭니다. 액자식 구성 또한 영화가 신선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덕분에 관객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러닝타임은 39분에 불과하지만 말이 빠르고 대사 분량도 많아서 실제로는 더 이야기를 본 기분입니다. 로얄드 달과 웨스 앤더슨은 헨리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돈이 있다고 해서 인생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배경이나 색감 스토리, 음악까지 보는 내내 행복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읽던 동화책을 한 권 읽은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색다른 영화를 찾고 계시는 분들께 감성 충전과 함께 일상을 환기시키는 시간을 선물할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