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만 살아남는 기묘한 세상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게 입문하게 한 기이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더 랍스터>는 아내에게 버림받는 데이비드가 주인공입니다. 혼자가 된 그는 어느 호텔로 찾아가는데요. 그 호텔에서 45일간의 시간을 보내며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필수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영화에서는 기간 내에 연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됩니다. 참으로 기괴하고 섬뜩한 설정입니다. 호텔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개 한 마리와 함께입니다. 그는 데이비드의 형입니다. 호텔에서 연인을 찾지 못해 개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연인을 찾지 못하면 어떤 동물로 변하고 싶느냐는 호텔 직원의 질문에 데이비드는 ‘랍스터’라고 말합니다. 랍스터는 100년을 살면서 평생 번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호텔에 있는 솔로들은 숲으로 사냥을 떠납니다. 숲에서 숨어 살고 있는 솔로들을 사냥하기 위해서입니다. 솔로 사냥에 성공할수록 호텔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데이비드는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호텔에 머무는 290호 냉혈한 여자와 연인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자신의 본성과 감성을 숨기고 여자를 사랑하는 척합니다. 냉혈하고 감정이 없는 여자가 호감을 느끼도록 자신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여자는 데이비드의 감정을 의심합니다. 그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여자는 개로 변한 데이비드의 형을 잔인하게 없애버립니다. 이를 본 데이비드는 오열하고 여자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화를 냅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데이비드는 솔로들이 숨어 사는 숲으로 도망칩니다. 다행히 그곳의 솔로들은 데이비드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호텔에서와는 다르게 숲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그곳에서 근시 여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에 빠져야 할 호텔에서는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숲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두 사람의 비밀 애정행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대장에게 발견된 두 사람 중 근시 여자는 사랑에 빠진 죄로 시력을 잃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괴로웠습니다. 방심한 틈을 타서 대장을 공격하고 근시 여자를 데리고 숲을 탈출합니다.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갑니다. 근시 여자는 시력을 잃은 것에 대해 곧 익숙해질 거라고 말합니다. 이때 데이비드는 종업원에게 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그 칼을 가지고 화장실로 갑니다. 그는 사람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을수록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사랑이 깊어진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영화는 데이비드가 자신의 눈을 찌르기 직전 끝이 납니다. 열린 결말일까요? 과연 데이비드는 자신의 눈을 찔러 근시 여자와 같이 눈이 멀게 될까요?
각본부터 연출까지 완벽한 영화
시종일관 기이하고 신선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음향효과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연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는 이야기 전개도 기발했습니다. 아마 감독은 이런 설정을 통해 흑과 백으로 구분되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을 꼬집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본 블랙코미디 영화 중 최고였습니다. 잔인하고 기괴한 영화적 설정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음이 터졌습니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엔딩 장면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데이비드는 결국 자신의 눈을 찌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내내 겁 많고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영화를 해석해주는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인데요.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길 랍스터는 데이비드는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내면은 몹시 연약한 사람일 거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도 그렇지만 그가 연인을 못 찾을 경우 변하고 싶은 동물로 랍스터를 고른 이유가 그렇다는 겁니다. 랍스터는 갑각류로 껍데기는 강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랍스터라는 동물은 그의 유약한 본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상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망치는 게 그의 방법이었습니다. 혼자 남을 근시 여인이 안타깝습니다. <더 랍스터>는 영화적 상상력과 소재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런 시대가 현실로 도래한다면 어떻게든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거짓 사랑에 빠져야 할까요? 아님 차라리 동물로 변해서 마음 편히 사는 게 나을까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