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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무서운 여자들

by 희스토뤼 2024. 2. 21.

만나지 말았어야 할 세 여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매력을 가진 감독이거든요. 전작 <더 랍스터>도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뒤늦게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보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2018년 개봉했습니다. 영국 배경의 영화이며 장르는 드라마에 속합니다. 하지만 보고 나면 과연 드라마 장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왕을 둘러싼 두 여자의 대립각이 꽤 으스스하고 무섭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세 여자가 등장합니다. 영국 여왕 앤(올리비아 콜먼)과 그녀를 보좌하는 친구 겸 동료인 사라(레이첼 와이즈)가 한 축을 이루고 새롭게 등장하는 사라의 조카인 에비게일(엠마 스톤)이 주요 인물입니다. 에비게일이 등장하기 전 두 사람은 나름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비게일이 등장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급격하게 소용돌이칩니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영화의 스토리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실제 18세기 초 영국의 정치 상황에서 벌어졌던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전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도 실제 이야기를 찾아보며 영화 속 스토리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왕인 앤은 정치를 하기에는 많이 불안한 인물로 보입니다.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통풍이 있는 다리는 늘 그녀를 고통스럽게 괴롭힙니다. 시종들과 백성들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두려움과 짜증, 신경질이 항상 넘쳐납니다. 그녀의 곁을 지키는 사라는 여왕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중요한 정사를 발표하거나 관료들과 정국을 논의하고 전쟁을 지속할지 말지 결정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몇 해 전에 큰 이슈가 되었던 비선 실세가 떠오릅니다. 물론 사라는 자신의 정체를 전면에 드러냈습니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습니다. 여왕의 친구이자 정치적인 조력자로 함께 하지만 때로는 사라 자신이 여왕처럼 느껴지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 여왕인 앤도 이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애증관계인 두 사람은 서로가 함께 일 때 완벽해지는 사이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의 조카인 애비게일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무슨 일이든지 시켜달라고 하며 처음에는 주방 일을 돕다가 여왕이 통풍에 시달리는 것을 알고, 칠에 효과적인 풀을 베어서 약초를 만들어옵니다. 그리고 여왕의 침실에 잠입해 그녀의 통풍 자리에 약초를 바릅니다.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애비게일의 계략이었습니다.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해 여왕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술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라와 애비게일은 충돌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비게일은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여왕과 사라의 관계가 단순히 정치적인 조력자를 넘어서서 연인 관계라는 것을 눈치챕니다. 애비게일은 더 대담해집니다. 연인으로서의 사라의 역할까지 자신이 빼앗으려고 하죠. 이렇게까지 음모를 벌이나 싶을 정도로 두 여자의 암투가 대단합니다. 역시 요르고스 란티모스 다운 이야기 전개였습니다. 결국 승리의 깃발은 애비게일이 차지합니다. 그녀는 여왕의 내면을 장악하여 사라를 버려지게 만듭니다. 자신은 귀족과 결혼하여 신분 상승을 이루고 원하던 삶을 살게 됩니다.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심리 묘사

이 영화는 일단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세밀하게 내면의 심리를 묘사한 것 또한 장점입니다. 관객들을 매료시킬 매력적인 요소가 넘치고 당시의 시대상과 정치적인 사건까지 엿볼 수 있게 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신경질적인 여왕 앤을 맡은 올리비아 콜먼의 연기가 특히 일품입니다. 매사 짜증이 많고 어린아이 같은 연약한 심성을 아주 잘 표현해 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궁정을 잘 표현해 낸 것도 보는 재미를 한층 높였습니다. 의상이나 음악, 무대 설정에 이르기까지 눈요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많은 시상식에노미네이트 되었고 실제 수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서사인 필름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유수한 영화제와 평론가,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가 일품인 데다가 중간중간 실소를 자아내는 코미디까지 빠지지 않습니다.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