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탕, 장난감, 송촌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일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웹툰이 원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설연휴에 시리즈 오픈을 한다는 건 굉장히 밀어주는 작품이라는 건데 이 드라마가 그렇습니다. 저 역시 오래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풍선껌을 터질 듯이 크게 불고 있는 형사 장난감의 매서우면서도 어딘지 귀여운 포스터도 인상적이었고요. 이 드라마를 기대한 이유는 첫 번째로 배우들 때문입니다. 공허한 눈빛의 이탕을 연기한 최우식과 이탕에게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형사 장난감 역할을 연기한 손석구, 만화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송촌 역할을 연기한 이희준까지 내로라하는 연기력을 소유한 배우들이 주연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 회마다 등장하는 조연들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2회에서 이탕을 궁지로 몰아넣는 목격자 선여옥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보험금을 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죄의식이란 찾아볼 수 없는 여자입니다. 어두운 내면과 달리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컬러풀한 집에서 살고 있죠. 연기를 정말 맛깔나게 잘합니다. 이탕에게 입막음의 대가로 돈을 요구할 때 욕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집니다. 이탕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노빈 역할의 김요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심한 오타쿠처럼 보이지만 그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해커입니다. 이탕의 범죄현장에서 증거물을 없애고 그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악마를 처단하는 또 다른 살인마
이탕은 학창 시절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별의별 고약한 손님들을 만나지만 그저 머리를 조아릴 뿐입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손님이 찾아와 비하발언을 하고 억지를 부리는데요. 이때 동행한 손님이 사과하면서 사건은 그대로 끝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었죠. 이탕은 비 내리는 퇴근길을 걷다가 좀 전에 자신에게 부당하게 행동했던 손님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리고 동행했던 손님에게 이를 알리지만 사건은 반전을 맞이합니다. 친절한 동행인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한 겁니다. 이탕은 살기 위해 우발적으로 그를 망치로 내리칩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선여옥이 맹인 안내견과 함께 지나갑니다. 깊은 밤에 선글라스를 쓴 걸 보니 아마도 시각장애인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 현장을 모두 목격합니다. 추후 이탕에게 입막음 비용으로 월 200만 원씩을 요구하다가 죽음에 이릅니다. 장난감은 이탕이 의심스럽습니다. 사건의 범인들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이탕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습니다. 결국 이탕은 자수를 하러 가지만 이 또한 실패하고 장난감을 피해 도망갑니다. 이때 노빈이 등장해서 그의 조력자로 일하게 됩니다. 부산으로 도망가서도 이탕의 악인 처단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악인을 처리하러 온 천사처럼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합니다. 이때 이탕을 지속적으로 쫓는 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송촌입니다. 송촌은 과거 노빈과 함께 정의구현을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송촌은 왜 이탕을 쫓을까요? 그는 궁금했습니다. 이탕이 악인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확신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자신은 계속 헷갈렸거든요. 과연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만드는 사람이 악인인지, 그저 충동인 건지 말입니다. 나중에 다 밝혀지지만 송촌은 장난감과 사이에서도 얽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스포일러! 완벽한 결말의 탄생
노빈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탕은 노빈이 만들어준 위조 여권으로 중국인으로 위장해 베트남으로 도망갑니다. 송촌은 자신 앞에 성 장난감을 알아봅니다. 장난감의 아버지가 송촌의 경찰 선배였기 때문이죠. 장난감은 자신의 엄마와 송촌이 불륜관계였다고 오해하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를 병상에 눕게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장난감의 아버지는 마약을 빼돌려 뒷돈을 차고 있었고 송촌이 그걸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이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다치게 된 겁니다. 장난감의 엄마가 바람이 난 상대는 그가 선배로 모시던 형사과장이었고요. 송촌이 악인이 된 배경이 모두 밝혀지면서 그 또한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촌은 범죄자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부모의 죄는 그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선입견으로 쌓인 유리천장을 뚫을 수 없었습니다.
코믹함에 숨은 웅장한 메시지
매 회마다 전개가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도 탄탄하고 무엇보다 촬영 기법이 독특했습니다. 이탕에게 밤마다 나타나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어쩐지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게 했고 편집 기술은 신선했습니다. 색감을 밝게 쓰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회색빛으로 변화한다든지 이탕의 헤어스타일이 바뀌는 시점에 극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었습니다.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송촌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말투나 걸음걸이 외형의 모습은 물론이고 사소한 손동작 하나까지 살인마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색적인 블랙코미디를 즐기고 싶으신 분들에게 살인자ㅇ난감을 추천합니다.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도 나오니까 혼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탕의 청남방은 어디서 파는 건지 저도 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