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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나도 그래

by 희스토뤼 2024. 2. 19.
출처 : 네이버


설현, 임시완 주연

설현이 연기하는 건 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갸우뚱하면서 본 작품입니다. 임시완 연기야 뭐 두말할 필요가 없죠. 드라마 ‘미생’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인정할 겁니다. 그 후 줄곳 맡은 드라마, 영화에서 각기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뭔가 편안해 보입니다. 아마도 힐링 콘셉트의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 됐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가는 다소 엉뚱하고 답답하면서도 발랄한 역할의 여주인공 여름을 설현이 맡았고, 다소 미스터리한 인물인 도서관 사서 대범 역할을 임시완이 맡았습니다. 그 외에는 여러 조연배우들이 등장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배우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스릴러나 액션 등 장르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기나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연을 맡은 설현 배우의 연기는 저에게는 매우 아쉬웠습니다. 극 중에서 엄마의 죽음이나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걸 감정적으로 표현해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약간은 어색하고 경험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임시완 배우는 이번에도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자칫 동네 아주머니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파마머리에 편안한 옷차림, 작은 바다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는 이번에도 시선을 강탈했습니다.

사직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난 곳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웹툰이 원작입니다. 저는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만화 같은 잔잔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네요. 이 드라마는 각종 부조리한 일을 겪은 여주인공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오로지 쉼을 위해 연고가 없는 바닷가 마을로 떠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지친 일상을 쉬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간단하고 평온합니다. 그런데 드라마 캐릭터가 영 저의 취향과 맞지가 않았습니다. 여름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답답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녀의 행동이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저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여름은 달랑 배낭 한 개를 매고 바닷가 마을에 정착합니다. 그리고 부동산에 들어가 집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그 마을에 정착한 이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관객에게도 힐링을 선물하는 게 이 드라마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2편까지만 보고 그만둔 드라마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포스터나 줄거리를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스타일을 기대했는데 실제 보고 있으니 캐릭터나 이야기 흐름이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충분히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안에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여주인공이 퇴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일상을 벗어나 일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 다소 과한 설정을 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엄마와 폭언은 기본이고 무시와 빈정거림, 여직원 성희롱에 거래처로부터 뒷돈까지 두둑하게 챙기는 상사라니 요즘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악인 중의 악인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콘셉트와 이런 사건들이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 보니 공감대 형성도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주인공 캐릭터는 요즘 세대와 맞지 않는 답답한 설정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자신을 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이 잘못한 일이 아닌 것에도 사과하고 눈치 보는 게 일상입니다. 보는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미간에 인상을 쓰게 만드는 캐릭터 설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홧김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달력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고 그곳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선물하고 싶은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실 1회부터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왕 본 김에 임시완 배우가 등장하는 부분까지만 보자고 마음먹고 2편까지 보게 되었네요. 근데 2회도 마찬가지로 답답한 캐릭터 설정과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슬슬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저는 주인공 여름의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부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대범 캐릭터 역시 여름에게 과하게 친절한 설정이 잘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친절한 청년이 있다고요? 인스타그램 뉴스에 나올 따뜻한 청년입니다.
영상미 하나는 좋았습니다. 마치 설현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예쁘게 촬영했습니다. 가방과 옷을 벗어던지고 바닷가에 뛰어드는 장면이 특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그 외에는 대사도 그다지 저에게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취향일 뿐이니 참고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