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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결말, 관람 후기 (스포일러)

by 희스토뤼 2024. 2. 22.

2월 22일 개봉박두

지금 막 영화 <파묘>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묫자리를 잘못 쓴 어느 부잣집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됩니다. 풍수사 상덕 역할을 맡은 최민식, 무당 화란(김고은), 봉길(이도현)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주인공입니다. 개봉 전부터 김고은 배우의 신들린 무당 연기가 화제였습니다. 최민식 배우는 김고은 배우에게 배우 말고 무당을 해도 될 정도의 뛰어난 굿 실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합니다. 저도 그래서 굉장히 기대를 했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도 굉장히 재미있게 본 터라 더 기대가 됐습니다. 예고편이 공개될 때부터 개봉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오늘 조조영화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요? 저에게는 조금 어렵고 난해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해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 더 곱씹으며 의미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무덤은 한 개, 관은 두 개

영화의 줄거리는 익히 많은 분들이 보셔서 아실 겁니다. 미국에 사는 부잣집에 화림과 봉길이 다녀갑니다. 그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남은 정신병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태어난 아기는 왜인지 모르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화림은 묫바람이라고 말합니다. 묫자리를 잘못 써서 조상님이 난리를 치는 거라고요. 화림은 한국으로 돌아와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을 만납니다. 함께 파묘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들은 묘가 있는 곳으로 갔고 상덕은 어쩐지 불길한 기운을 느낍니다. 자신은 이 일에서 빠지겠다고 하지만 화림은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상덕을 타이릅니다. 결국 이들은 파묘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화람의 굿판에서 몰입도가 낮았습니다. 예고편이나 각종 인터뷰에서 워낙 굿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놔서인지 뭔가 카리스마가 부족한 느낌이었고 굉장히 파급력이 커야 할 장면인데 어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대감이 고조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무사히 묘를 꺼내 장례식장에 안치시키고 비가 그치면 화장을 하기로 합니다. 일이 잘 마무리되려나 했더니 장례식장 직원이 말썽입니다. 망자가 대단한 부호라는 것을 알고 뭐라도 훔쳐갈 게 있을까 싶어 관뚜껑을 열려고 합니다. 이때 관에서 혼이 빠져나갔고 첫 번째 파국이 시작됩니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어딜 가나 문제입니다. 도입부에서 느슨했던 전개가 급하게 조여옵니다. 할아버지의 혼령은 자신을 안 좋은 묫자리에 묻은 가족들을 찾아가 복수를 시작합니다. 다행히 더 큰일이 생기기 전 관을 화장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파묘를 할 때 함께 했던 일꾼 중 한 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상덕은 다시 그 무덤 터를 찾아갑니다. 그리곤 관이 묻혀 있던 땅을 파는데 놀랍게도 그 아래 수직으로 꽂혀 묻힌 관이 하나 더 등장합니다. 두 번째 파국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관은 과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한반도의 정기를 막고자 허리에 칼을 꽂아둔 것이었습니다. 관을 꺼내면서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일본인 망령이 깨어납니다. 화림과 봉길, 상덕과 영근은 그 망령을 봉인하고 말뚝을 없애고자 사력을 다합니다. 이 땅은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가 살아갈 땅이자 흙이기 때문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

여기서 또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화림의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는 것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풍수사 상덕이 오리혀 무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험합니다. 일본인 망령을 해치우는 데 가장 큰 몫을 해낸 것도 상덕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설정되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망자들이 실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오컬트의 매력을 저해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특히 일본인 망령은 키가 2m는 족히 넘게 기골이 장대한데 너무 실제 모습으로 등장하다 보니 영화가 갑자기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갸우뚱하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극의 전개를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겠지요. CG 사용을 최소화했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촬영된 것 같습니다. 결국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영화 <곡성>이 생각났습니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화림을 보며 <곡성>의 황정민 배우가 생각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봉길 역할을 맡은 이도현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봉길의 귀신 들린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지만 제게는 조금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