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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

by 희스토뤼 2024. 2. 26.


시대를 관통하는 세련된 영화

짐 자무쉬(Jim Jarmusc)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잔잔한 일상을 물 흐르듯이 그려낸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늘 곁에 있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게 그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영화 <패터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2017년 개봉했습니다.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영화가 촌스럽거나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짐 자무쉬 감독의 세련미가 돋보입니다. 영화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게 반복될지 모를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아담 드라이버)’는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인 패터슨에서 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자 그가 속한 세상의 이름입니다. 그의 직업은 버스운전사입니다. 언뜻 보기에 그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고 같은 코스를 돌며 사람들을 실어나릅니다. 그는 시인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기록하고 시를 씁니다. 패터슨의 아내는 그를 열렬하게 응원해 주고 지지합니다. 그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며 자신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이어갑니다.
패터슨의 일상 속에서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 또한 작은 바다마을에 살면서 매일 익숙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매일 보는 바다가 여전히 아름다우냐고 묻습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매일 보는 하늘과 바다와 작은 소도시의 풍경은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고요. 하다못해 흐르는 물결은 크기나 빛깔도 언제 보느냐 어떤 날씨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패터슨의 일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상 속 사건사고들을 통해서 잔잔하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을 발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렇게 지나칠 수 있는 별것 아닌 것들에서도 그는 특별한 의미를 발견합니다. 패터슨은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큰 사건이나 반전이 벌어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만큼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일상이 영화가 되는 순간

저는 영화 <패터슨>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했습니다.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감사했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감동을 느끼고 누군가는 무미건조함을 느낄 겁니다.
영화 <패터슨>은 작고 소소한 순간에 감동을 느끼는 일상 속 예민함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패터슨의 일기, 그가 쓴 시를 보면 정서적으로 평온해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짐 자무쉬의 섬세한 연출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강조했고 패터슨을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실제 패터슨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날 미국 소도시에서 버스를 타면 패터슨이 버스 운전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설레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강한 자극과 빠르게 무언가를 해내고 성취하기만을 바랍니다.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서 <패터슨>은 내면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지금 그대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영화 <패터슨>은 드라마 장르로 우리나라로 치면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았지만 연출이나 연기 측면에서 관과 평론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칸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수상 후보로 오르거나 실제 수상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사고 이야기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으신가요? 불안한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영화 <패터슨>을 보시면 그 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처럼 따뜻한 영화 한 편과 함께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짐 자무쉬와 아담 드라이버가 함께 하는 다음 영화를 기대하겠습니다.